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고 급하게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장( xxx 고등학교) 에 갔습니다. 항상 아침 식사는 하고 다니던 버릇이 있어서 너무 배가 고팠습니다. 서둘러 시험장에 가니 시간이 남아서 근처 슈퍼에서 삼각김밥과 우유를 샀습니다. 슈퍼에는 삼각김밥이 몇 개 남아있지 않아서 오늘 새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유통기간도 오늘까지이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그냥 사버렸습니다. 참고로 삼각김밥은 하루가 지나면 먹지 못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허겁지겁 개 눈 감주 듯 먹어 치워 버리고 시험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날 무렵부터 배가 너무 아픈 것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좀 전에 먹었던 삼각김밥 생각이 나고,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걱정뿐이었습니다. 시험 도중이어서 함부로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만약 갈 수 있다고 해도 작은 볼일은 해결할 수 있지만, 큰 볼일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함부로 보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는 아프고 분출하려는 욕구를 참으려고 힘을 쓰다 보니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당연히 집중이 안돼서 제대로 시험지를 풀고 있는지? 찍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시험은 대충대충 풀 수밖에 없었습니다. 40분 정도를 xxx의 분출 욕구와 싸우고 있던 저에게 꿈같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금부터는 퇴실하여도 좋습니다.


그때는 시험 감독관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착각했었습니다
. 답안지를 어떻게 제출한지도 모르게 시험장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뛰는 짓을 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해서도 안 되는 것이죠^^;


화장실을 찾은 저는 급하게 바지를 벗으려는 찰라 휴지가 없는 것이 보였습니다
. 지금 여기는 고등학교라는 것이 번뜩 생각이 나면서 교직원 화장실은 휴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른 동시에 몸은 교직원 화장실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헉 이게 왠걸? 교직원 화장실에도 휴지가 없는 것을 보고 앞이 캄캄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저에게 한줄기 빛 같은 생각이 또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시험장 옆이 xxx대학교라는 것과 대학교 화장실에 휴지는 있을 것이라는 것을
......

경험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xxx 가 나오려는 고통은 계속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고통이 찾아 오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그 주기적인 고통을 참으면 어느 정도 버틸 수가 있습니다.
오늘 되는 일이 없는지 하늘이 저를 버린 것인지 대학교에 어기적 어기적 가고 있는 사이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반갑기는커녕 그때는 모른 척 하고 지나가고 싶었지만, 해맑은 웃음을 하고 있는 친구는 저보다 먼저 저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마저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곧 악몽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영부영 이상한 건물에 들어가는 것보다 크고 좋은 건물을 선택한 저는 또 다시 화장실을 찾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런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저에게 또 다시 악몽이 찾아왔습니다. 그 건물 1층부터 5층까지 심지어 여자 화장실까지 다 확인해봤지만 휴지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대학교 건물에 휴지가 없을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저는 진짜 절망에 휩싸였습니다.

이제 선택의 길은 두 가지 밖에 없었습니다.어떤 길을 선택하느냐가 운명을 결정 짓는 순간이었습니다.

1. 양말을 벗느냐?
2. 집까지 참느냐?


어느 것 하나 쉬운 길이 없었지만, 지금까지 참은 인내심이 아까워서 집까지 가기로 굳은 결심과 함께 서둘러 몸을 일으켰습니다. 대학교에서 휴지를 찾으려고 했던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과 동시에 오늘 자전거를 타고 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전거가 없었으면 집까지 가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할 수 없이 양말을 벗었을 것입니다. 포도주병의 병마개처럼 자전거 안장은 저의 엉덩이를 꽉 막아주는 역할까지 해 주었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것보다 오히려 자전거를 타고 움직였던 것이 더 편할 정도였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제가 나쁜 짓을 했던 양만큼의 고통을 하늘은 끊임없이 주었습니다. 지옥과 천당을 넘나들며 집으로 가는 길에 조금만 참아달라고 제가 아는 모든 신에게 빌고 또 빌었던 기억밖에 없었습니다. 제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집까지 무사히 도착한 저는 시험 잘 봤냐는 누나의 물음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집 현관부터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는 시간까지 빛의 속도가 무색할 정도로 빨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화장실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곳이라는 것을 오늘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휴지가 있는 화장실을 말합니다. 휴지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던 저의 불찰도 있었지만, 화장실에 휴지를 구비해두지 없는 학교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야이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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